연재(Series)/마닐라의 노점상들

필리핀 《마닐라의 노점상들》 1화/2화

philippines7641 2025. 4. 13. 03:42

《마닐라의 노점상들》

 

1화. 루가우 아줌마 조슬린의 하루

– Quiapo 시장에서 끓는 위로 한 그릇


“나는 그냥 죽을 파는 게 아니에요. 배고픈 사람들 마음을 데우는 거죠.”
– 조슬린, 새벽의 루가우 노점상


🕓 새벽 4:10
Quiapo 골목 어귀.
조슬린은 손전등 하나 들고 손수레를 밀며 시장으로 향한다.
닭뼈, 쌀, 두부 몇 개를 사들고 돌아오는 그녀의 발걸음은 익숙하다.


🕕 오전 6:00
루가우는 이미 푹 끓여졌다.
마늘기름, 생선 간장, 후추 조금.
그리고 따뜻한 위로 한 국자.

손님들은 하나둘씩 모여든다.
버스 기사, 간병인, 고시 준비생, 청소부 아주머니…

“10페소어치만 주세요.”
“계란 추가요.”
“오늘은 외상 돼요?”

조슬린은 기억한다. 누가 누군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루가우는 따뜻했고, 그녀는 더 따뜻했다.


🕘 오전 9:30
장사 끝.
조슬린은 남은 죽을 씻고 손수레를 밀고 돌아간다.
잠깐의 휴식.
그러나 오늘 하루는 아직 반도 지나지 않았다.


🍽️ 오후 장사 준비: ‘두부타임’

🕐 오후 1:30
재료 손질이 시작된다.
두부를 사각으로 썰고, 기름을 새로 붓고,
작은 간장 그릇에 칠리와 마늘을 푼다.

조슬린은 소스를 만든다.
단골들이 “그 소스는 중독이야”라고 말했던 그 맛.


🕒 오후 3:00
다시 길목에 선 그녀.
이번엔 루가우 대신 ‘두부튀김’이다.
노란 기름에 사각 두부가 하나하나 들어간다.
치익— 치익— 튀겨지는 소리와 함께
길가엔 점점 고소한 냄새가 번진다.


🕓 오후 4:00 ~ 6:00
방과 후 아이들이 무리지어 다가온다.
“Ate, 5페소만 줘요!”
“소스 많이요!”

근처 기숙사에 사는 학생, 사무실에서 막 퇴근한 직원,
하루 일 마친 거리 청소부들도 하나둘 나타난다.

두부 한 접시와 소스 한 컵.
잠깐의 휴식이자 작은 만찬이다.


🕕 오후 6:10
오늘 하루도 끝났다.
기름도 식었고, 아이들도 집으로 돌아간다.

조슬린은 수레를 밀며 땀을 닦는다.
하루 매출은 약 700~900페소.
절반은 다음 장사 준비, 나머지는 전기세와 아이들 용돈.


“가난해도 웃는 거,
그건 뜨거운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예요.”

– 조슬린

2화  바나나큐 소년 제롬 

학교 앞, 바나나큐의 전설

Sampaloc, 마닐라의 한 작은 골목. 여기, 바나나큐를 파는 제롬이 있다. 하지만 이 제롬, 단순한 바나나큐 소년이 아니다. 그의 바나나큐는 마을에서 전설이다. 그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그의 바나나큐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 이 골목은 제롬의 바나나큐로 유명하고, 그의 가게 앞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매일 같은 시간, 제롬은 바쁜 손놀림으로 바나나큐를 튀기고, 그 사이사이로 끊임없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날의 날씨가 어떻든, 학생들이 어떻게 지냈든, 그는 모든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 그리고 바나나큐를 튀기면서 미소를 잃지 않는다. 왜냐고? 그에게는 '바나나큐' 그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돈이 없어요, 제롬!" 한 학생이 바나나큐를 주문하며 말한다. 제롬은 잠깐 고민도 하지 않고 웃으며 바나나큐를 건넨다. "내일 줄게, 오늘은 맛있게 먹고 공부 잘 해!" 제롬의 바나나큐 가게에는 항상 외상 손님들이 많다. 이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오는 것이 아니다. 매일, 때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온다. 제롬은 그들에게 믿음을 주고, 그들이 다시 돌아올 거라고 확신한다.

외상 단골은 점점 늘어나고, 그들만의 이야기도 늘어간다. "오늘은 정말 시험 망쳤어요, 제롬..."이라고 속상한 얼굴로 오는 학생도 있지만, 제롬은 웃으며 한 마디 덧붙인다. "그럼 바나나큐로 기분 전환해! 내일은 더 잘 될 거야." 그 말 한마디에 그 학생은 웃으며 바나나큐를 먹고, 또 내일을 위한 희망을 안고 떠난다.

희망의 바나나큐

"이 바나나큐는 그냥 간식이 아니야." 제롬은 바나나큐를 튀기며 말한다. "이건 사람들 마음속에 희망을 튀겨주는 거지." 제롬은 바나나큐를 만드는 손끝 하나하나에 그 마음을 담고 있다. 그가 바나나큐를 튀기는 동안,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학생들의 마음을 채운다. 그들의 고민, 걱정, 그리고 희망이 제롬의 바나나큐와 함께 섞여서 튀겨진다.

어떤 날은 학생들이 한 손에 바나나큐를 들고 학교로 가면서, 또 어떤 날은 그들이 제롬의 가게 앞에서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눈다. 바나나큐는 그들에게 일종의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제롬은 그것을 튀기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제롬, 그 믿음의 아이콘

"오늘도 외상, 괜찮죠?" 학생이 물었다. 제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일 오면 다 해결돼." 제롬에게는 단순한 바나나큐 장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의 바나나큐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며, 그가 살고 있는 이 작은 마을의 희망이다. 그가 떠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제롬은 그들 모두가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왜냐하면 제롬의 바나나큐는 단지 튀긴 바나나가 아니라, 그들의 삶을 조금 더 밝게 만들어주는 작은 기적이기 때문이다.


《마닐라의 노점상들》 3화 길거리 소스 마스터 멜라니 , 4화  타호의 전설 테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