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

비 오는 날, 필리핀 사람들은

philippines7641 2025. 4. 22.

 

한국에서는 비 오는 날이면 파전과 막걸리 콤보가 거의 국룰이잖아요. 특히 "빗소리 = 전 부치는 소리"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문화적 연관이 강하죠. 그런데 필리핀은 좀 다릅니다. 비 오는 날이라고 해서 특정한 "국민 음식"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나름의 분위기와 선호 음식들이 있어요. 약간 다른 각도에서 풀어볼게요:


🌧️ 비 오는 날, 필리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과 풍경

  • 루가우 (Lugaw)
    • 필리핀판 죽입니다. 쌀을 푹 끓인 음식으로, 생강을 넣고 간단하게 맛내며 닭고기(아로스깔도), 내장(고또) 등을 넣기도 합니다.
    • 날씨가 흐리거나 몸이 으슬으슬할 때, 혹은 비 오는 날 자주 먹는 따뜻한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 한국의 죽 + 국밥 느낌.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따끈하게 한 그릇 하면 최고.
  • 차암파라도 (Champorado)
    • 초콜릿 죽이에요. 찹쌀과 코코아를 넣고 끓이는 단맛 나는 죽으로, 위에 연유를 뿌려 먹고 짭짤한 생선(튀긴 tuyo)과 함께 먹는 조합이 진짜 아이러니하게도 잘 어울려요.
    • 특히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 비 오는 날 간식처럼 자주 등장합니다.
  • 인스탄트 라면 + 계란
    • 맞습니다, 한국 못지않게 필리핀 사람들도 비 오는 날이면 라면 끓여 먹어요!
    • 특히 한국 라면(삼양, 불닭, 진라면 등)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처럼 비 오는 날은 라면이지!"라고 말하는 젊은이들도 많아졌어요.
    • 필리핀 로컬 브랜드 Lucky Me! 라면도 인기 많음.
  • 마미 (Mami)
    • 국물 있는 국수 요리로, 닭고기나 소고기를 넣고 만든 따뜻한 국수입니다.
    • 마치 간단한 우동 느낌. 길거리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어요.
  • 핫 초코 (Tablea Hot Chocolate)
    • 필리핀 전통 방식으로 만든 진한 다크 초콜릿 음료로, 비 오는 날에 딱입니다.
    • 빵(판 데 살, ensaymada 등)과 함께 아침이나 간식으로 많이 먹어요.

🏠 분위기와 문화적 포인트

  • “Ulan ulan, kain kain” (비 오면 먹는 시간!) 이란 말도 있어요. 특히 스쿨이나 회사가 갑자기 쉬는 날이면, 집에서 모여서 뭔가 따뜻한 걸 같이 만들어 먹는 풍경이 흔해요.
  • 한국처럼 막걸리나 술 문화는 비 오는 날에는 덜 뚜렷하지만, 밤에 모이면 간단한 **필리핀산 럼 (Tanduay)**이나 산미구엘 맥주 BBQ나 **퓨리타스(Pulutan)**를 곁들이는 경우도 있어요.

정리하자면,
한국의 파전 + 막걸리처럼 딱 정형화된 건 없지만,
"따뜻하고 편안한 음식 = 비 오는 날 먹는 음식"이라는 정서는 필리핀도 한국과 비슷하게 존재해요.
단지 그 메뉴가 전이 아니라 죽, 초코죽, 라면, 마미 같은 것들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필리핀의 오후 4시, 비가 오는 날이면…》

비는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필리핀 거리 위로 내린다. 마치 오늘 하루의 열기를 잠시 식혀주는 듯이.
아스팔트 위엔 물웅덩이가 생기고, 삼발로칸 아이들의 슬리퍼는 소리 없이 그 위를 찰박이며 뛰논다.

  • 작은 키오스크 앞, 한 청년이 마미 한 그릇을 시켜놓고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종이컵에 담긴 3-in-1 커피의 연기가 슬며시 올라온다.
  • 그 옆 포장마차에선 아주머니가 루가우를 국자로 푸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손님은 많지 않지만, 하나하나 정성껏. "고또? 아로스깔도? 둘 다 있어, hijo."
  • 갑자기 툭툭툭, 초콜릿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어느 집에선가 차암파라도를 끓이고 있는 모양이다. 아이들은 숟가락 들고 달려가겠지. 옆엔 튀긴 tuyo가 김치처럼 곁들여질 것이다.
  • 어떤 가정집에서는 창문 너머로 엄마가 빵 반죽을 치댄다. 판데살은 따끈하게 구워지고, 그걸 기다리는 강아지는 꼬리를 살랑인다.
  • 거리의 개천에는 한 마리 고양이가 피신해 앉아 비를 바라본다. 그 위로 지붕이 없는 지프니가 천천히 지나간다. 운전사는 창문을 닫지 않는다. 그냥… 젖는 것도 오늘 하루의 일부인 듯하다.

비 오는 날의 필리핀은 북적이지 않는다.
그저 익숙한 빗소리와 함께, 따뜻한 음식과 느린 대화가 흐를 뿐이다.


《비 오는 날, 청년들은 어디에?》

2025년, 필리핀. 우기.
오후 3시, 어김없이 구름은 짙어지고,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 퀘존시의 한 트라이시클 터미널, 의자에 기대 앉은 청년이 있다. 24세, 이름은 제이슨. 원래는 손님을 태워야 하지만 비가 오면 다들 걸어 다니지 않는다. 대신 그는 이어폰을 꽂고 앉아 유튜브로 NBA 하이라이트를 본다.
    “어쩔 수 없지. 비 오면 나도 쉬는 거야.”
  • 따가이따이의 한 카페, 주방에선 커피 머신이 쉿 소리를 낸다. 바리스타는 21살 대학생 마리아. 오늘 수업은 취소됐지만 알바는 나온다. 손님은 적지만,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한 음악을 튼다.
    “이 시간엔 그냥… 생각이 많아져요. 미래, 가족, 나 자신에 대해.”
  • 세부 시의 한 인터넷 카페, 친구들 셋이 도타를 켠다. 게임 중에도 창밖을 흘끔흘끔 본다. 비가 오면 밖에 놀러 나갈 수 없으니, 여기서 시간 보내는 게 낫다. 간식은 핫도그 한 개와 마미 컵라면.
    “게임도 우리 삶의 일부지. 그냥 세상이 조용해지니까, 더 집중이 잘 돼.”
  • 민도로섬의 한 나무 집, 청년 둘은 루가우를 끓이며 기타를 튕긴다. 간간이 부르는 타갈로그 팝송과 웃음소리. 인터넷도 안 터지고, 할 일도 없지만, 그런 날은 친구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비가 오면 일은 못해도… 마음은 좀 편해져.”
  • 누군가는 빗속을 뚫고 배달을 나선다. 페이스북 마켓에서 주문받은 중고 셔츠 한 벌을 스쿠터에 실고. 헬멧 속 그의 눈은 어둡지만, 가족을 생각하면 바퀴는 멈추지 않는다.
    “청춘은… 그냥 멈출 수 없는 거야. 비가 와도.”

그래서, 비 오는 날 필리핀의 청년들은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다.
카페 구석에, 인터넷 카페에, 트라이시클 안에, 거리 구석에, 또는 루가우 냄비 앞에.
그들은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살아가고, 견디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 그 젖은 풍경 속에도
한 명 한 명의 청춘은 조용히 꿈을 꾸고 있다.


《비 오는 날, 필리핀 고등학생들 – 지프니를 타는 풍경》

2025년 어느 우기, 오전 6시 30분.
하늘은 이미 축축하고, 지붕은 또르르 빗방울 소리로 깨운다.

  • 어느 마을 입구, 플라스틱 우비를 걸친 여고생 두 명이 작은 우산 하나를 나눠 든다. 하나는 신발이 젖지 않게 검정 플립플롭을 신고, 다른 하나는 젖은 치마를 양손으로 살짝 들어올린다.
    "오늘도 지각이야, 지프니 언제 와..."
  • 골목길을 내려가며 학생 셋이 줄지어 걷는다. 등에는 낡은 백팩, 손엔 A4 종이로 싼 프로젝트 포스터. 비를 막을 우산이 없어서 그저 재빨리 걷는다.
    "바람 불면 우산은 소용없어. 그냥 빨리 걷는 수밖에."
  • 지프니 정류장에선 이미 10명 넘는 학생들이 줄을 섰다. 어떤 아이는 커다란 가방을 무릎에 안고, 어떤 아이는 젖은 머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린다.
    한 지프니가 멈춘다.
    "Lahat sabit ha! (매달려 타는 거야!)"
    운전사의 말에 다들 웃으며 앞문, 뒷문, 심지어 지프니 뒤 철봉에도 매달려 탄다.
  • 차량 안엔 김이 서린다. 젖은 셔츠와 가방, 흙 묻은 슬리퍼 냄새가 섞인다. 누군가는 창밖을 멍하니 보고, 누군가는 교복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를 꺼내 앞쪽으로 전한다.
    “Bayad po. Studyante lang.”
    (요금이요, 학생이에요.)
  • 학교 앞에 도착하면, 바퀴는 또 물을 튀기며 멈추고
    아이들은 우산을 펴기도 전에 우르르 내린다.
    젖은 양말, 무거운 가방, 그리고 짧아진 아침.

비 오는 날, 필리핀의 고등학생들은 그렇게 학교로 향한다.

그들은 지프니 위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물웅덩이를 건너며 공부하러 간다.
편한 길은 없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왜냐면… 이건 늘 있어온 풍경이니까.

우비는 얇고, 신발은 젖고, 교복은 축축하지만
그 속의 청춘은 – 절대 꺾이지 않는다.


《비 오는 날 퇴근길, 지프니 속 필리핀 아빠들》

2025년, 어느 수요일 저녁.
마닐라. 하늘은 흐리고, 도로는 젖어 있다.

  • 퇴근 시간 오후 6시. 도로 위의 지프니는 느리게 기어간다.
    빗물이 창가를 타고 흘러내리고, 라디오에선 90년대 OPM 발라드가 조용히 흘러나온다.
    “Kahit Isang Saglit…”
    운전사는 따라 부르고, 뒷좌석 아빠들은 조용히 눈을 감는다.
  •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중년 남성, 발엔 무거운 고무 슬리퍼, 작업복엔 마른 시멘트 자국.
    그는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 안엔 ₱15짜리 튀긴 튀김과 작은 콜라 한 병.
    “애들 간식으로 가져가야지. 조금이라도 웃게 하려고.”
  • 또 다른 남자는 아직 유니폼을 입고 있다. 슈퍼마켓 경비원.
    고개를 기대고 꾸벅꾸벅 졸다 갑자기 눈을 뜬다.
    지프니가 급정거라도 하면 안 된다는 긴장감이, 하루 종일 이어져 있다.
    “한 번 졸면 내려야 할 정류장 지나쳐요.”
  • 바깥 풍경은 흐릿하고, 바퀴는 웅덩이를 밟을 때마다 철썩 소리를 낸다.
    한 아빠는 손가락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잠겨 있는 화면엔 아이 사진이 있다.
    그는 비에 젖은 손으로 살며시 닦아낸다.
    “이번 주말엔 꼭 같이 마켓 가자고 해야겠다.”
  • 지프니 안은 말없이 꽉 차 있다.
    땀, 비, 피곤함, 조용한 숨소리, 그리고 묵직한 삶의 무게.
    누구도 웃지 않지만, 누구도 포기하지 않는다.
    이 지프니는 단지 사람을 싣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향한 작은 다짐들도 함께 싣고 간다.

비 오는 날, 퇴근길 지프니 속. 아빠들은 묵묵히, 오늘도 집으로 간다.

말은 없지만, 마음속엔
“오늘도 무사히 집에 간다.”
라는 작은 기도가 있다.

그리고 그 뒤엔
“내일도 다시 나올 수 있기를…”
이라는 더 조용한 소망이 숨어 있다.


《시장 골목, 비 오는 날 할머니들》

2025년 어느 목요일 오전.
필리핀의 오래된 팔렌케(palengke, 시장).
빗소리는 천막 위를 두드리며 시작된다.

  • 가게 앞에 널어둔 채소 위로 천막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두껍게 접힌 비닐은 새지 않지만, 완벽하진 않다.
    할머니는 그 위에 다시 포장 비닐을 덧씌운다.
    “Sige lang, kaya pa ‘to. (괜찮아, 아직은 버틸 수 있어.)”
  • 좌판 위에는 껍질 벗긴 마늘, 토막낸 생강, 손수 짠 코코넛 밀크가 놓여 있다.
    모두 다 손으로 준비한 것.
    비 오는 날엔 손님이 줄어도, 이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 옆자리 할머니는 작은 화로에 바나나 큐를 구운다.
    비가 와도 연기는 오른다.
    그 연기 속엔 4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장사해 온 시간도 함께 피어오른다.
    “Baka sakaling paborito ng apo가 생각나서, 하나라도 더 팔아야지.”
  • 지나가던 손님이 젖은 지폐로 ₱10짜리 야채 한 줌을 산다.
    할머니는 손수건으로 돈을 닦아 곱게 접는다.
    “이 돈은 저녁 반찬거리가 되겠지.”
  • 천막 아래 좁은 공간에 서로 기대며, 작은 의자에 앉은 두 명의 할머니가 이야기를 나눈다.
    젖은 발은 비닐봉지로 감싸 두었고, 무릎엔 얇은 담요 하나.
    비가 쏟아져도, 서로의 말소리엔 온기가 있다.
  • 비가 조금 약해지면, 할머니들은 다시 한 번 야채들을 가지런히 정돈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작은 미소를 보낸다.
    “Gusto mo tikman? (맛 좀 볼래?)”
    말보다 미소가 더 정겹다.

시장 골목, 비 오는 날에도 할머니들은 그 자리에 있다.

오늘이 팔리지 않아도,
내일이 불확실해도,
이 자리는 비울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작은 좌판이,
누군가의 하루 식사와,
누군가의 집세와,
누군가의 손주의 학비
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빗물은 언젠가 마르고
그날 팔린 ₱5, ₱10 동전은
할머니들의 마음에 쌓여,
다시 내일로 이어진다.


《비 오는 날, 교회 앞을 지나는 청년들》

2025년, 어느 금요일 오후.
따뜻한 비가 내리는 날, 마닐라의 한 오래된 교회 앞.

  • 성당 벽은 빗물에 젖어 묵직한 회색빛을 띠고,
    커다란 나무 십자가 위에선 빗방울이 끝없이 떨어진다.
    계단 아래, 운동화 젖은 청년 하나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지나간다.
    “예배를 드리진 않아도… 여긴 늘 조용해서 좋다.”
  • 바쁘게 걷던 젊은 여자 둘이 교회 앞에서 잠시 멈춘다.
    가방에서 작은 우산을 꺼내 쓰며, 벽면에 새겨진 성모 마리아상 앞에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짧게, 그러나 진심처럼.
    눈을 감은 순간, 둘은 친구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고, 그냥 한 명의 인간이다.
  • 저 멀리선, 배달 일을 마친 청년이 젖은 모자를 벗고 계단 아래 잠시 앉는다.
    비를 피하듯, 혹은 마음을 정리하듯.
    그는 담배를 꺼내다 말고, 그냥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이상하게… 여기선 피우고 싶지가 않네.”
  • 교회 문은 닫혀 있지만, 빗소리와 함께 들리는 종소리는
    아직 세상이 조용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려준다.
    누구는 안으로 들어가고, 누구는 그냥 지나치지만
    그 누구도 그 앞을 무심히 지나치지는 않는다.
  • 그들 모두, 그날 하루의 무게를 지닌 채
    교회 앞을 스쳐 간다.
    젖은 어깨, 지친 눈, 말 없는 걸음.
    하지만 가슴속 어딘가엔
    “주님, 오늘도 저를 잊지 마세요.”
    라는 말 없는 기도가 맴돈다.

*비 오는 날, 교회 앞을 지나는 청년들.

그들은 바쁘고 지쳤지만, 그 순간만큼은 천천히 걷는다.*

신앙이 있든 없든,
그 자리엔 고요함이 있고
그 고요함은
잠시나마 마음속의 빗소리를 잠재운다.


그날, 그들은 기도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 자체가 하나의 기도였다.


《우산 없이 달리는 아이들 – 스쿨벨이 울리기 전에》

2025년, 비가 내리는 평일 아침.
필리핀의 작은 마을 초등학교 앞 도로.
하교가 아닌, 등교 시간 7시 50분.
그리고 8시 정각, 스쿨벨.

  • 하늘은 흐리고, 빗방울은 가볍지만 빠르다.
    아스팔트는 벌써 검게 젖어 있고,
    학교 정문 앞 작은 웅덩이에선 파문이 번진다.
    그런데… 저 멀리서 “Takbo! (뛰어!)” 소리와 함께
    우산도 없이 교복 입은 아이 셋이 달려온다.
  • 한 손엔 플라스틱 도시락통,
    다른 손엔 젖은 공책을 담은 비닐봉지.
    신발은 이미 진흙투성이지만,
    아이들 표정엔 피곤함보다
    간신히 벨 전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먼저 자리 잡는다.
  • 작은 여자아이는 머리를 봉지로 싸고,
    다른 아이는 엄마 슬리퍼를 신고,
    또 다른 한 명은 비닐봉지를 튼튼하게 묶어 만든 가방 커버를 등에 맨다.
    “Ma’am! Nandito na po ako!” (선생님! 저 왔어요!)
    소리치며 계단을 올라간다.
    어느새 교실 창문엔 김이 서린다.
  • 빗속에서도 누군가는 장난을 치고,
    누군가는 넘어지고,
    또 누군가는 “Naku, late na!”(아, 늦겠다!)를 외친다.
    하지만 모두 다,
    그 시간 안에 교실 문 안으로 들어가려 애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출석 도장 하나, 그리고 ‘혼나지 않는 하루’를 위해.
  • 8시 종이 울리고,
    교문은 닫힌다.
    지각한 두 명은 교문 바깥에서 헉헉 숨을 고르며 벽에 기대 앉는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그 눈빛엔 “내일은 좀 더 일찍 올게요” 라는 미안함이 서려 있다.

우산 없이 달리는 아이들 – 그 속도는 느리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빠르다.

비를 피할 우산은 없지만
피하고 싶은 건
늦음, 혼남, 그리고 부모의 걱정이다.

그 아이들의 눈에 비친 오늘 하루는,
단순한 등교가 아니라
작은 전쟁 같은 출발선.


그리고 그날,
하루 종일 젖은 신발 속에서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참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