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4 《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 23화/24화 《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23화 - 라오그(Laoag)에서 클라베리아(Claveria, Cagayan) 가는 길7월 9일 아침.라오그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며칠 동안 머물렀던 Partas Bus Terminal 근처의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나서며, 이 도시에서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숙소 주인이 건네준 따뜻한 판 데 살(Pan de Sal) 한 조각과 진한 바랑가이 커피 한 잔으로 간단한 아침을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GV Florida Transport 터미널로 향한다.그러나 여행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법.클라베리아(Claveria, Cagayan)로 가는 직행 버스는 이미 출발했거나, 당분간 운행 예정이 없다는 소식이다.터미널 직원의 설명은 불친절하고, 영어도 통하지 않아 답답함이 .. 연재(Series)/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 2025. 5. 16. 《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 21화/22화 《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21화 - 비간에서 라오그(Laoag) 가는 길📆 7월 2일비간을 떠나는 아침, 여전히 바쁘고 정신이 없었다. 대충 배낭을 메고 거리로 나섰고, 푹푹 찌는 아침 공기를 지나 터미널로 향했다.줄을 잘못 섰던 탓일까? 그녀와 마주쳤고, 우리는 우연히 같은 버스를 탔다.버스비를 내주며 그녀는 웃었다."오늘은 내가 쏠게요. 대신 저녁밥은 당신 차례."길고 낡은 버스는 덜컹이며 북쪽으로 달렸다.창밖은 필리핀의 전형적인 시골 풍경. 논과 물소, 헛간 같은 집들, 그리고 군데군데 서 있는 산티아고 조각상.버스 안에서 우리는 계속 수다를 떨었다."전 원래 회사원이었어요. 일본계 기업. 하루 종일 엑셀 시트랑 싸우는 인생.""그럼 왜 떠났어요?""엑셀이 내 인생을 지배할까 봐요."그녀는 정색했.. 연재(Series)/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 2025. 5. 10. 《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 17화/18화 《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 제17화6월 20일, 뱅드에서 산타 마리아로아침, 뱅드.한껏 눅진한 이른 햇살이 산등성이를 감쌌다.나는 배낭을 메고 숙소 주인 아주머니께 깊게 허리를 숙였다."살아있으면 또 오겠습니다!"아주머니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나는 뒤돌아 터미널로 향했다.길가에 늘어선 나무들, 은은한 국수 냄새가 풍기던 작은 포장마차, 그리고 이상하게 정든 골목들.내 발걸음은 터미널로 가는데, 마음 한쪽은 뱅드에 꽂혀 있었다.(아, 인간 마음은 이렇게 양다리를 걸친다니까.)터미널에 도착하니 버스가 이미 대기 중.기사 아저씨는 손짓으로 "얼른 타라"고 하고 있었다.차에 올라타면서 마지막으로 뱅드를 돌아봤다."짧았다, 뜨거웠다, 안녕이다."버스가 덜컹거리며 출발했다.산을 타고 오르고, 계곡을 돌고, 온 .. 연재(Series)/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 2025. 4. 29. 《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 3화/4화 《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3화. 앙헬레스, 붉은 거리에서 떠날 준비까지앙헬레스에서 맞는 첫 아침은 생각보다 조용했다.트라이시클 소리도, 거리의 분주함도내 안에서는 이상하리만치 느리게 들렸다.아마도 여행 초입의 그 설렘 때문이었을까.나는 슬리퍼를 끌고 앙헬레스 공공시장으로 향했다.그곳은 살아 있었다.칼라만시 향이 코끝을 찌르고,물고기 비늘이 해를 반사하는 그 복잡한 골목 사이에서한 아주머니가 나에게 망고 세 개를 50페소에 팔았다.“달아. 진짜야.”그 말이 왠지 믿음직스러워서 바로 샀다.그리고 그건 정말, 세상에서 가장 여행스러운 망고 맛이었다.점심엔 길거리 시시그를 찾아 나섰다.시장 옆 작은 포장마차, 철판 위에서 자글자글 소리 내는 고기.칼라만시를 톡 뿌리고, 고추 하나 툭 썰어 넣으니뜨거운 김과 함께.. 연재(Series)/북부 루손주 걷는 시간 2025. 4.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