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7641을 걷는 시간
하루를 살아내는 필리핀 지프니 기사 본문




**“하루를 살아내는 필리핀 지프니 기사”**의 이야기를 써보았습니다.
Jeepney 기사의 하루
― "이른 새벽, 사람을 태우고, 하루를 달린다"
03:50 AM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집안은 어둡고 조용하다. 아직 아이들은 꿈속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깨어 있어야 한다. 하루가 길기 때문이다.
세수를 대충 하고, 남은 밥과 튀긴 생선을 입에 넣는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다. 힘을 내야 하니까.
04:30 AM
지프니 시동을 건다. 차고에서 나오는 엔진 소리가 새벽을 찢는다.
도로는 아직 조용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분주하다.
첫 손님은 시장에 가는 아주머니. “어이, kuya! 이른 시간 고맙소.”
그는 거울 너머로 조용히 미소를 지어 보인다. 오늘 하루도 시작이다.
07:00 AM
도로는 이미 사람과 차로 가득하다.
등굣길 아이들, 직장인들, 가방을 든 학생, 병원 앞에서 기다리는 노인.
“Bayad po!” “Sukli po!” 동전 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도시의 맥박.
그는 바쁘다. 손님도 많고, 교통체증도 시작됐다.
땀은 목덜미를 타고 흐르고, 햇살은 전면 유리를 뚫고 얼굴을 때린다.
11:30 AM
누군가 차선 끼어들기를 시도한다. 브레이크!
창밖으로 한마디 툭 던지고, 옆 기사와 소리없는 전투가 벌어진다.
“Gago ka ba?!” “Ayusin mo pag-drive mo!”
그러다 서로를 힐끔 보고, 마지못해 피식 웃는다.
같은 삶, 같은 거리, 같은 무게.
02:00 PM
점심은 도로 옆 작은 식당에서. 시니강 한 그릇.
뜨겁지만 익숙한 맛. 입 안에 퍼지는 짠맛과 신맛이 나른한 오후를 깨운다.
식당 TV에서는 오랜 뉴스가 재방송되고 있다.
휴대폰은 충전 중. 잠깐의 정적.
하지만 손님이 다시 보이면 곧 일어설 준비를 한다.
06:30 PM
해가 진다. 도로는 여전히 혼잡하다.
어느 승객은 지쳐 있고, 어느 승객은 통화를 하며 웃는다.
차 안은 혼잡하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인생이 실려 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운전대를 잡는다.
그가 이 도로를 얼마나 오래 달렸는지, 손잡이의 닳은 가죽이 말해준다.
10:10 PM
지프니를 차고에 넣는다.
오늘 번 돈은 계산하지 않아도 안다. 기름값, 정비비, 집세, 아이들 간식.
그래도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이 마음을 눅인다.
집에 들어서면 아내가 졸린 눈으로 맞이한다.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발을 씻는다.
그리고, 다시 새벽을 기다린다.
이 이야기는 하나의 예이지만, 필리핀의 도시 골목골목에서 매일 살아내는 수많은 Jeepney 기사들의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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