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고 싶은 필리핀, 그곳에서 고기 굽고 소주 한 잔》
1. 안티폴로 – 낮에 고기, 밤에 감성
언제부턴가 마닐라를 떠나고 싶었다. 도시의 시끄러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람들의 표정이 나를 지쳤다. 그래서 떠난 곳, 바로 안티폴로였다.
가끔, 그렇게 큰 도시에서 벗어나면 마치 숨을 깊게 들이마신 것처럼 모든 게 편안해진다.
안티폴로에 도착하면 산 위의 고기집을 찾아가야 한다. 간판은 작고, 사람들도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이곳의 삼겹살은 맛있다.
처음엔 누군가가 불판을 켜주고, 어느새 손이 자연스럽게 고기 굽는 소리와 함께 나오는 기분.
저녁이 되면, 한 켠에서는 가벼운 기타 소리가 들려오고, 낮에는 푸른 하늘만 가득하지만, 밤에는 고기 굽는 냄새와 술 향이 공기 속으로 스며든다.
그냥 그 사람들, 그 곳, 그 공기가 그리운 거다. 고기 굽다보면 말없이 사람들도 늘어나고, 고기와 술이 하나씩, 둘씩 채워진다. 그렇게 다들 말없이 맥주 한 병, 소주 한 잔을 들이켜며, 밤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게 바로 필리핀의 정석이다.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마닐라에서 벗어나면 여기, 안티폴로에서 정말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2. 나가 시티 – 고기집에서의 ‘고기’보다 ‘인생’ 이야기
어느 날, 나가 시티로 내려갔다. 이곳은 필리핀 Bicol 지역의 숨은 보석처럼 보였다.
거기서 내가 찾은 건 시장통 안에 숨겨진 고기집이었다. 소박하고 작은 가게였지만, 이곳의 고기 맛은 진짜였다.
그때, 가게 안에서 듣게 된 말. “Unli rice? No. Unli kwento!” 그러면서 장사하는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가 앉아 있는 테이블을 감싸듯 이야기해주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아?”
아주머니는 한참을 이야기했고, 나는 고기를 구우면서 계속 그 이야기를 들었다.
필리핀에서 진짜 느껴지는 건, 고기보다 사람의 온도였다. 고기를 굽고, 소주 한 잔을 따르며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나왔다.
어느 순간, 나는 이곳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지가 아니라 사람이 있는 곳이 바로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 속에서 내가 오늘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는 이유가 더 크게 느껴졌다.
3. 따가이따이 – 타알호수 앞 삼겹살 구워먹고
따가이따이로 갔을 때,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타알호수가 보였다. 그저 풍경만 좋을 것 같았던 이곳에서, 나는 삼겹살을 구웠다.
이곳의 매력은 고기 굽고 나서도 쓸데없이 남은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별다른 계획 없이, 그냥 친구들과 앉아 삼겹살을 구우며 시간을 보내는 것.
가끔은 그 타알호수를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고도, 그저 짧고 간단한 이야기들만 나누면 된다.
누군가는 사라졌고, 누군가는 여전히 여기 있을 것이다.
어쨌든, 타알호수와 고기 구워먹으며 삶을 나누는 시간은 언젠가 그리워질 것이다.
여기서 느껴지는 아늑한 고기집의 느낌, 삼겹살 굽는 소리가 아주 특별했다.
4. 다우 – 앙헬레스 근처 술 한 잔의 여유
앙헬레스 근처의 다우는 사실 뭔가 특별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내겐 특별한 곳이었다.
이곳은 한국식 고기집이 많고, 아무리 큰 도시에서 벗어나도 여전히 고기와 술이 사람을 이어주는 곳이었으니까.
시장이나 골목 구석의 고기집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점은, 여긴 매일매일이 술집 같은 곳이라는 것이다.
“어제는 이 고기집에서 고기 굽다가, 오늘은 또 그곳에서 마시고, 또 한 번 이야기 나누는 것.”
이런 분위기와 그리운 맛이 다우에서 느껴졌다. 필리핀에서 진짜로 고기와 소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는 그런 게 더 특별하다.
5. 일로일로 – 느린 도시, 빠른 이야기
일로일로는 다소 조용하고, 다가가기 쉬운 도시였다. 필리핀에서 바쁜 도시의 삶을 벗어나, 느리지만 깊이 있는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고기집.
이곳의 고기집은 그냥 전형적인 필리핀 마을의 느낌이 난다. 주인 아주머니가 “어디서 오셨냐”고 묻고, 바로 그 순간이 하루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 된다.
여기선, 고기를 먹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것에 의미를 두는 느낌이다.
**간단한 “Kamsahamnida”**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술잔을 기울일 때마다 그 대화 속에서 인생을 조금씩 나누는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이렇게 5곳을 말했지만, 내겐 딱 하나가 아니라 계속 갈 곳이 떠오른다.
필리핀의 진짜 매력은 여행지가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사람들, 그들 속에서 우리는 나누는 술 한 잔에 있다는 걸 다시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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