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7641을 걷는 시간
비 오는 마닐라, 하루 종일 떠드는 사람 본문

"비 오는 마닐라, 하루 종일 떠드는 사람 Mang Ben"
《비 오는 마닐라, 하루 종일 떠드는 사람》
1. 아침 6시 47분 – 노점이 눈을 뜰 때
Quiapo Church 근처,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거리도
비가 내리는 날만큼은 잠시 정적을 품는다.
그러나 그 적막을 가장 먼저 깨우는 사람은, 늘 Mang Ben이다.
Mang Ben은 오늘도 그 작은 빨간 우산 하나 들고 교회 벽을 따라 걷는다.
파란 고무 슬리퍼, 한쪽만 늘어난 티셔츠,
머리에는 색이 바랜 모자가 있다.
모자 앞에는 누군가 펜으로 직접 쓴 듯한 문구—
“JESUS LISTENS EVEN WHEN YOU TALK A LOT”
그는 노점상 아줌마들에게 인사하듯 외친다.
“Good morning mga anak ng Diyos! Umuulan, pero pag-ibig ng Diyos, mas makapal pa diyan!”
누가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는 원래 반사판 없는 라디오다.
혼자서도 잘 튄다.
2. 오전 8시 30분 – Lugawan에서 열린 토크쇼
비는 더 굵어졌다.
길거리에 놓인 대야엔 빗물이 고이고,
지나가던 학생들의 책가방은 이미 젖었다.
길모퉁이의 작은 lugawan에 Mang Ben이 앉아 있다.
앞엔 미지근한 죽 한 그릇과
사탕수수 잔 하나, 그리고... 세 시간짜리 독백.
“Alam mo, noong araw, ‘pag umuulan ganito, kami sa probinsya nagsasalo. Kamote, saging, konting tinola. Ngayon? Lahat busy. Lahat may phone, pero wala nang kwento!”
식당 주인 Aling Rhea는 대꾸도 안 하고 죽을 휘젓는다.
그녀는 이미 Mang Ben의 10가지 비 오는 날 이야기를
세 번은 들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지겹지 않다.
그가 말하는 동안, 가게는 덜 외로워진다.
3. 오후 1시 – 정치, 예언, 그리고 EDSA의 붕괴
오후가 되자, Mang Ben은 EDSA corner Taft 쪽 벤치에 앉았다.
눈 앞을 스치듯 지나가는 트럭들,
젖은 포장마차 위로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
그리고 늘어가는 말들.
“Alam mo kung bakit bumabaha? Dahil sa kasalanan! At dahil walang disiplina! Yung MMDA? Puro plano, kulang sa ulan-proof na dasal!”
길 가던 한 대학생이 킥킥 웃고 간다.
“Kuya Ben, dapat ikaw na lang senador!”
“Hindi ako tatakbo, anak. Diyos ang boto ko!”
그리고 그는 진지해진다.
목소리가 잠시 낮아진다.
“Pero kahit di ako senador, araw-araw ako nagpe-pray para sa inyong lahat. Lalo na kayong mga kabataan. Baka isipin nyo wala ng pag-asa sa Pilipinas. Meron. Si Lord pa ba naman?”
4. 오후 3시 30분 – 교회 벤치의 기도와 속삭임
비는 이제 가늘게 내리지만,
Santa Cruz Parish 앞 작은 교회 벤치에는 Mang Ben이 여전히 앉아 있다.
그는 낡은 성경책을 무릎에 올리고 말한다.
“Lord, alam ko, ang ingay ko. Pero sabi mo, come as you are. Eto ako. Makulit, madaldal, makulit ulit. Pero, sana okay lang.”
그는 손으로 십자가를 가리키고,
눈을 감는다.
진짜 조용해졌다.
하지만 곧, 입이 다시 열렸다.
“Bukas, birthday ng anak ko. Ewan ko kung naaalala pa niya. Tatlong taon na siyang wala, pero sabi nung kapitbahay ng pinsan ng tita ko—may anak na raw siya ngayon. Diyos ko, salamat. Kahit hindi ko nakita, salamat.”
5. 오후 4시 50분 – 침묵이 찾아온 순간
교회 정문 옆, 한 젊은 남자가 비에 젖은 채 서 있다.
검은 후드, 축축한 바지, 젖은 슬리퍼.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벤치에 다가온다.
“아빠...”
Mang Ben은 갑자기 고개를 든다.
그의 눈이 흔들린다.
“아빠, 나 교회 갔다가... 그냥... 그냥 한번 와봤어.”
그의 아들.
세 해 전 싸우고 나간, 연락 한 번 없던 아이.
눈앞에 있다.
Mang Ben은,
그렇게 하루 종일 떠들던 Mang Ben은
잠시 멈춘다.
진짜 멈춘다.
그가 말없이 아들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속삭인다.
“Anak… hindi ako tumigil kakasalita, kasi alam ko, darating ka rin.
Kahit ulan, kahit baha, kahit tahimik ang mundo,
alam ko… makakarating ang salita.
Kahit isa lang ang makarinig—basta ikaw 'yon—sapat na.”
비는 멈췄다.
마닐라의 오후가, 잠시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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